[김대통령 총리공관 왜 가나] DJP '틈 좁히기' 밀착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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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이 삼청동(三淸洞) 총리 공관에 가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서 늘 파격으로 비춰졌다. 그것은 집권세력 내에 복잡한 파장을 던져서다. 대통령의 총리 공관행은 보안에 부쳐진다. 5공 때도 그랬고 김영삼(金泳三)정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이 6일 총리공관으로 김종필(金鍾泌.JP)총리를 찾는 일정을 청와대가 5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느낌을 줄 만하다.

JP가 공동정권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지만 이런 예고는 뜻밖일 수밖에 없다. 여기엔 공동정권 내부의 미묘한 사정도 깔려 있다.

金대통령의 신당창당과 정국관리 방식을 두고 'JP는 불만을 갖고 있다' 는 것이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총리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집권 후반기의 국정운영에서 JP의 위상을 약화시키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金총리가 이달 하순 총리직을 내놓고 자민련으로 복귀하려는 계획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게 총리실 주변의 관측이다. 그런 기류 탓에 청와대는 JP를 위무(慰撫)하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의 총리 공관 방문도 그런 프로그램의 하나라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JP에게는 논리적 접근보다는 감성적 접근이 효과적일 때가 있으며 총리 공관에서 부부동반 만찬 회동 아이디어는 그런 속에서 나온 것" 이라고 설명했다.

金대통령과 金총리는 부부동반 만찬 뒤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정국현안을 논의하며, 그 핵심은 공동정권의 운영문제로 알려졌다.

이미 金대통령은 자민련측에 우정과 신뢰를 표시했다. 그는 "金총리와 박태준(朴泰俊) 총재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다" 고 4일 양당 간부들을 청와대에 불러 강조했다.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우리는 단 한번도 얼굴을 붉히거나 언쟁을 한 적이 없다. 기분이 나쁜 적도 없었다. 서로 잘 도와주고 서로 잘 통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어려운 정국을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다" 고 회고했다.

따라서 DJP회동에선 국정관리의 기본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의라는 점이 재확인될 것이 확실하다. 이 과정에서 내년 총선까지의 정치일정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金총리의 당 복귀 문제와 관련, 金대통령은 연말개각보다 신당창당 준비가 끝나는 내년 초로 보름 정도 미뤄달라고 부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JP의 연말 당 복귀 의지가 확실하면 후임 총리 인선 등 개각문제도 협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양당 합당 문제 등 총선전략 이 폭넓게 논의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나 청와대측은 "합당 문제는 주요 이슈가 아니다" 고 설명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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