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김태정씨 부부…청문회 등 불려다니다 사법처리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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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7개월 전만 해도 법무장관 내외였던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 부부가 3일 각각 대검과 특별검사팀에 소환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하게 됐다.

97년 8월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때만 해도 부부가 함께 같은 날 같은 사건으로 수사기관에 따로 소환되는 '비운(悲運)' 을 겪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못했던 일이다.

검찰 주변에선 金전총장을 '멋' 이 있는 사람으로 불러왔다.

사법시험 합격후 군법무관 시절 사귀던 연정희(延貞姬)씨와 결혼했던 金전총장은 "돈이나 빽, 학력이 없다고 여자를 배신하지 않는 게 내 인생관" 이라고도 주변에 말해왔다.

그러나 지난 6월 당시 진형구(秦炯九)대검 공안부장의 '파업유도' 발언으로 15일만에 장관에서 경질되면서 金전총장 부부는 여기저기에 소환당하는 '고난' 을 겪어왔다.

金전총장은 7월 서울지검에 불려가 후배 검사들로부터 조사를 받아야 했으며, 9월엔 국회 청문회에, 지난달엔 특별검사팀에까지 나가 후배 변호사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더구나 3일의 대검 소환은 보고서 유출의 책임을 묻는 상황이어서 金전총장으로선 사법처리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延씨는 올해 초 사직동팀 조사에 이어 지난 6월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또 8월엔 국회 청문회에 출석했고 요즘엔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아직도 국회 법사위로부터 고발된 위증 혐의 수사가 남아 있어 대검에서 또 다시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대검 출두를 앞둔 金전총장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지고 가겠다.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더 이상 잃을 게 있겠느냐" 며 주변에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金전총장은 최근 위로차 자택을 찾은 한 목사에게 "지금 로비설이 사회문제화되는 것은 하느님이 일부 목사들에 대해 질책하는 것" 이라며 신동아측이 교계 인사들을 통해 최순영(崔淳永)회장 구명 로비에 나섰음을 시사했다.

金전총장의 변호인인 임운희(林雲熙)변호사는 "金전총장이 사직동팀 최초보고서 추정 문건의 가필 부분과 관련해 '아무리 급하게 흘려 써도 내 글씨체가 안나온다' 며 자신의 글씨가 아님을 설명했다" 고 전했다.

그러나 사법처리 문제에 대해 金전총장측은 자신감을 보였다.

林변호사는 "법률검토 결과 '공무원이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했을 때' 해당되는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金전총장에게 적용키는 어렵다" 고 말했다.

박시언(朴時彦)전 신동아 부회장에게 건네준 사직동팀 최종보고서는 '비밀' 이 아닌데다 金전총장이 피의자 가족의 자격으로 보고서를 건네받았다는 설명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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