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로 본 IMF 2년 성적표] 대외 관련 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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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제위기는 환율로 시작해 환율로 끝났다. 초기의 긴축과 신뢰회복 노력으로 98년 봄 1천4백원 수준으로 안정된 후 경기가 바닥을 친 12월부터 1천2백원대에 진입해 1년 가까이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외환위기(14개월)에 비해 한국은 비슷한 기간(약 1년)을 들여 환율을 안정시켰다.그러나 초기의 환율급등 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안정후 환율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도 높다.

환율이 더 내려가지 않는 것은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꺼려서다.

외환시장 안정에, 특히 초기 안정에 가장 큰 몫을 했던 것은 국제수지 흑자였다. 원화가치가 폭락한 후 거의 1년동안 매달 30억달러가 넘는 국제수지 흑자가 기록됐다. 98년말 이후의 경기회복 기대심리에 이끌린 외자유입도 일부 작용했다.

국제수지 흑자는 수출회복보다는 수입붕괴가 큰 몫을 했다. 수출은 외환위기 직후부터 수출세가 꾸준히 회복돼 위기후 약 8개월이면 '평상수준'을 회복하는 것이 국제적 상례다. 우리나라는 1년반이 걸렸다.

엄청난 환율절하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오랫동안 기지개를 펴지 못한 것은 외환위기와 기업부도로 무역금융과 원자재 공급이 여의치 않았고, 동남아에 대한 수출기반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보통 수입은 위기 초기에 주춤하다가 경제안정과 더불어 서서히 되살아나서 1년 정도 지나면 평상 수준을 회복한다. 우리나라도 비슷했다. 그러나 수입감소 폭이 예상을 벗어난 규모였다.

위기가 터진 후 1년동안 감축세를 유지했고, 그 중에서 10개월은 30%가 넘는 축소폭을 보였다. 2년동안 이어진 국제수지의 흑자행진은 외환보유액의 급속한 누증으로 나타났다. 97년 말 바닥을 드러냈던 외환보유액(가용 외환보유액 기준으로는 38억달러)이 지금은 6백80억달러를 넘어섰다.

보통 외환보유액이 평상수준을 회복하는 데 약 10개월 걸리는데, 한국은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찍부터 외국 투기자본이 함부로 원화에 대한 공격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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