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도전 현장-중국] 홍콩 중문대 궈사오탕학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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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홍콩 중문(中文)대학 문리대 학장인 궈사오탕(郭少棠.52)교수는 직함이 수두룩하다. 중문대 역사학과 주임 교수, 베이징 칭화(淸華)대 인권사회문제연구소 자문교수, 상하이(上海)푸단(復旦)대 방문교수, 베이징(北京)대 역사학과 객원교수….

글 많이 쓰기로 유명한 그지만 최근 2년간은 글쓸 짬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외교부 산하 외교문제연구원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굵직한 국내외 세미나에는 으레 단골손님이다.

- 21세기는 중국의 세기인가.

"경제개방과 기술혁신을 통해 보다 큰 힘을 지닌 국가로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를 지배할 국가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

- 그 이유는.

"중국이 미국에 맞설 만한 잠재력이 있다는 말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의견' 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은 항상 '타깃설정' 을 필요로 했다. 예전엔 영국과 소련이었고, 지금은 중국이 타깃일 뿐이다. "

- 러시아나 일본은 미국의 상대나 경쟁자가 아닌가.

"세계는 더욱 다원.다극화될 것이다. 따라서 '경쟁자' 는 하나일 필요도 없고,가능하지도 않다. 예컨대 일본은 더욱 대단한 국가로 성장할 것이다. 러시아도 언젠가는 세계사의 전면으로 다시 등장할 잠재력이 있는 국가다. 유럽연합과 영국도 모두 미국의 잠재적 '경쟁자' 다. 다만 중국은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경쟁자' 일 것이라는 점에서 약간 다르다. 바로 미국이 중국에 주목하는 이유다. "

- 중국에 대한 평가가 과장됐다는 근거는.

"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슈퍼파워가 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중국의 중산층과 인터넷의 사용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권위주의적 통치를 지속할 수는 없다. 야당은 물론 정부와 인민의 갈등은 반드시 발생한다. 자칫하면 10~20년내에 큰 혼란이 올 수도 있다. 빈부격차.소수민족문제.공직부패.낮은 교육수준.방치된 생태계 문제 등 중국의 문제는 다른 나라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

- 다른 나라도 조금씩 앓고 있는 병이 아닌가.

"앞으로 50년간 한국.동남아.중국은 강해질 것이다. 일본과 대만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런데 어느 한 국가가 지배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

- 중국의 통일전망은.

"중국이 강해질수록 통일은 어려워진다. 강대국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만이 강해져도 통일은 요원해진다. 지금 대만언론들은 중국.홍콩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무시하고 싶은 것이다. 이미 독립국가라 생각하는 거다. 중국이 대만문제에 목을 매는 한 국제무대에서 조정력을 발휘하기는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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