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차사고 3시간 뒤 열차회사 직원들 볼링 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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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달 25일 일본 효고(兵庫)현에서 열차 전복사고로 107명의 사망자를 낸 열차회사 JR니시니혼(西日本)의 일부 직원들이 사고 당시 구조작업을 하지 않거나 집단으로 볼링시합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성토하는 유족과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JR니시니혼의 사장이 5일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속죄했다.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서 구조작업이 한창이던 시각, 사고 현장 부근 덴노지(天王寺)차장 구역에선 책임자 등 JR니시니혼 직원 43명이 한가하게 볼링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볼링대회는 사고 발생 3시간 뒤인 낮 12시부터 1시간30분가량 계속됐다. 대회 뒤 22명은 인근 식당에서 사고현장 구조작업을 TV 생중계로 보면서 술을 겸한 점심식사까지 했다. 이들은 볼링대회를 시작하기 전에 사고 발생 사실과 상황을 알았지만 대회를 취소하지 않았다.

또 사고열차에 승객으로 타고 있던 JR니시니혼 기관사 2명이 대형 사고임을 알고도 구조작업을 하지 않은 채 근무지로 가버린 사실도 드러났다. 각각 네 번째, 여섯 번째 열차에 타고 있던 이들은 전혀 부상을 입지 않았다. 당시 사고 현장은 사상자들의 절규로 아비규환이었다. 구조대가 막 도착해 허둥대고 있었다. 2명은 근무지로 전화를 걸어 사고를 보고했다. 그러자 근무지 상사는 구조작업 지시를 하지 않은 채 "늦지 않게 출근하라"며 출근을 독촉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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