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 사직동팀장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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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광식 사직동팀장이 1일 옷 로비 특검팀에 출두함에 따라 사직동팀 최초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의 실체가 규명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문건이 옷 로비 의혹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열쇠 구실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검팀조차 그동안 "이 문건은 사직동팀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옷 로비 사건의 진상과 가장 근접해 있다" 고 말해왔을 정도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된 사직동팀의 최종 보고서는 연정희씨가 호피무늬 반코트를 구입했는지 여부에 대한 자세한 설명 대신 '延씨를 둘러싼 첩보는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됨' 이라고 나타나 있는 반면 이 문건에는 '延씨가 외상으로 구입한 것으로 생각된다' 고 적혀 있다.

이 문건이 사직동팀에서 작성됐다면 최종 보고서는 延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내용이 바뀌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사직동팀이 진실 규명보다 延씨 보호를 위한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했거나 누군가가 내사(內査)내용을 중간에 수정했음을 시사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이 문건의 출처가 사직동팀이 아니라면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의혹에서 벗어나게 된다. 물론 朴전비서관은 "이 문건을 작성한 적도 없고 김태정 전 검찰총장에게 전달한 적도 없다" 고 주장해 왔다. 金전총장은 최종 보고서가 공개된 후에도 朴전비서관이 이 문건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문건의 작성.전달 주체와 더불어 사직동팀의 내사 시점을 둘러싼 의혹이 어떻게 해소될지도 관심거리다. 이 문건에는 '99년 1월 14일' 이라는 작성 시점으로 보이는 날짜가 적혀 있다.

朴전비서관은 내사 시작은 지난 1월 15일이라고 밝혔지만 이형자(李馨子)씨측은 1월 8일 이미 사직동팀 요원이 횃불선교센터를 찾아와 사진까지 찍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14일자' 문건이 사직동팀에서 작성한 보고서라면 내사 시점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진다. 延씨가 옷을 반납했던 1월 8일 이전에 사직동팀 내사가 시작되지 않았느냐는 세간의 의혹을 부추기게 될 수도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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