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공무원들 속탄다…문의전화 빗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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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뻔한 것 아닙니까. 국회의원 선거만 끝나면 곧바로 공무원들에게 불리하게 연금제도가 바뀌겠지요. " 서울시내 구청 공무원 金모(7급)씨는 "지금은 정부가 표를 인식해 연금제도의 수정을 미루고 있는 것" 이라고 '단정' 했다.

최근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연금제도를 일선 공무원에게 불리하지 않게 개정하겠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는데도 공직사회에 '연금 괴담(怪談)' 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장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괴담은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직후 지급 방법.연령 등을 변경, 연금 혜택을 크게 줄일 계획' 이라는 것이다.

행정자치부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올 연말 민간 연구용역의 결과가 나오면 내년초 정부 시안을 만들어 공청회를 거친 뒤 최종 개편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따라서 내년 초부터 시작되는 개편논의 과정이 몇달은 걸릴 것으로 보여 최종안이 나오는 시기는 이 괴담처럼 총선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행정자치부 연금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볼 때 연금제도 개편 논의가 총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면서도 "하지만 공무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정부안이 나오지는 않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공기업체 계장 李모씨는 "기금의 재정상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결국 공무원 부담률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 이라'며 "결정적으로 공직사회의 사기를 꺾을 개편 논의를 선거 전에 하겠느냐" '고 믿으려 하지 않았다.

'퇴직 당시 임금으로 돼있는 연금 산정기준이 초봉과 퇴직 당시 임금의 평균치로 바뀐다' 는 소문은 '국민연금 산정방식과 형평성 차원' 이란 그럴싸한 이유까지 곁들여지며 나돌고 있다. 이렇게 되면 30년 근속자의 수령액은 30~40% 가량 줄게 된다.

지난해 무더기 퇴직으로 기금이 고갈됨에 따라 '조만간 퇴직수당이 없어지고 명퇴수당은 올해가 끝' 이라는 괴담도 40, 50대 공무원들 사이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실제로 일선 지방자치단체 연금담당자들은 하루에도 몇통씩 "지금 명예퇴직하는 것이 이익이 아니냐" 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행정자치부 고위 관계자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는데 왜 소문이 나도는지 모르겠다" 며 괴담의 실체를 전면 부인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지난달 2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선거에 앞서 거행된 '교육자 대회' 에 참석해 "공무원 연금제도는 현직 교사 등의 기득권에 결코 불이익이 없게 (변경)하겠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공직사회의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총선까지 겹쳐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확실치도 않은 얘기들이 진실인 양 나돌고 있는 것 같다" 고 지적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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