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저축왕’ 19년째 매일 5000~2만원 신협 맡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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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왼쪽부터 이민우·이자연·강어근선·이춘자·장경희·장동건·김아중씨. [김태성 기자]


19년째 떡볶이 노점상을 하고 있는 이춘자(58)씨는 울산 전하동 동울산시장에선 ‘저축왕’으로 불린 지 오래다. 장사를 시작한 1991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날 수입 중 일부를 저축하면서 얻은 이름이다.

“장사가 안 될 땐 5000원도 좋고, 벌이가 많으면 2만원씩 내기도 하고, 돈이 생기는 대로 신협에 맡겼어요.”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인들을 위해 울산동부신협 직원들이 시장을 돌며 ‘파출 수납’을 한 덕분에 저축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푼돈이 쌓이면 적금을 붓고, 적금이 만기가 되면 찾아서 예금에 넣는 식으로 차츰차츰 돈을 불려나갔다.

이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해 공장에서 일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가난을 이겨내는 방법은 절약밖에 없다는 생각에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면서 월급의 대부분을 저축했다”고 기억했다. 울산으로 시집간 뒤에도 남편 뒷바라지 하고 아들 둘을 키우며 스웨터 짜기, 구슬 붙이기, 우유 배달을 해서 생활비에 보탰다. 이렇게 모은 저축액이 1억6000만원대. 신협에만 정기예금 계좌 8개를 갖게 됐다.

이씨는 아끼며 살았지만 이웃에게는 인심이 넉넉했다. 명절이면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양말이며 내의를 선물하고,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매달 식사를 대접하는 봉사를 몇 년째 해오고 있다. 이런 선행으로 그는 ‘제46회 저축의 날’을 맞아 27일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전체 수상자 94명 중 최고의 영예다.

그 외에도 서울 광장시장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며 꾸준히 저축해 온 장경희(61)씨, 고물을 주워 판 돈을 저축해 노인들의 백내장 수술비로 내놓은 강어근선(86)씨 등이 국민포장을 받았다. 연예인으로는 배우 장동건씨가 대통령 표창, 배우 김아중씨와 가수 이자연씨가 국무총리 표창, 가수 이민우씨가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상했다.

박현영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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