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세안시대를 주도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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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세안과 한.중.일 3국 경제협력의 한층 강화를 목표로 한 '아세안+3' 정상회의가 동아시아 권역내 상호협력적 경제발전을 다짐하며 어제 막을 내렸다. '아세안+3' 정상회의는 지난 97년 아세안 설립 30주년을 맞아 시작됐으나 정례적 공식협의체로 탈바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회의는 그동안 어떤 지역협의체에도 속해 있지 않는 한.중.일 3국이 새 세기를 눈앞에 두고 급변하는 경제환경 아래 정상회의를 갖는다는 데서 출발부터 주목을 끌어왔다.

태국.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세안 국가들도 그렇지만 동북아도 외환위기 이후 심대한 타격을 받고 여전히 후유증을 겪고 있으나 그 극복과정에서 공유할 만한 좋은 경험을 쌓아온 것도 사실이다. 또한 동북아지역은 최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 가시화되면서 세계경제에 보다 중요한 축(軸)으로 다시 부각돼 가고 있다.

이런 면에서 한.중.일 3국이 이를 토대로 경제협력을 위한 공동연구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제안하고 합의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3국은 각국의 국책 또는 민간연구소를 지정해 우선은 중국의 WTO 가입 이후 3국 이익의 극대화를 시작으로 통상.금융.산업기술분야 등에 협력을 확대해나간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3국이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양자관계의 복잡성으로 협력을 구체화해오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협력의 영역은 넓다고 할 수 있다.

3국 경제가 상호 경쟁적 측면도 많지만 경제구조의 보완적 측면도 강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여지도 크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3국이 이번 회의에서 약속대로 정상과의 만남을 정례화한다면 상당한 추진력을 붙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3국 정상들이 뉴라운드에도 효과적 공동대응책을 모색해 나가기로 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자유무역을 표방하면서도 세계무역질서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의해 주도돼온 현실을 감안할 때 새로운 견제의 축으로의 의미도 갖고 있다는 데서 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3국 사이엔 경제발전과 이해의 스펙트럼이 넓어 마찰적 요소도 큰 만큼 협조의 묘를 제대로 살려내야 할 것이다.

유의해야 할 면은 동북아 3국의 협력수준을 한단계 성숙시켰다고 해서 아세안의 중요성이 절하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아세안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의 협력과 번영을 위해 먼저 한.중.일 3국간의 협력강화가 필수라는 점을 지적해오고 있다.

한국과 아세안은 교역규모만 해도 올해 3백억달러에 달할 예상으로 이는 서로간 외환위기를 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우리로서는 아세안과의 실질적인 경제협력을 보다 확대해나갈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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