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韓·中·日' 정상회담 28일 개막…아시아 공동시장 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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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는 우선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공동시장을 갖게 되고 이어 동아자유무역지대. 동아공동시장.동아통화를 갖게 될 것이다.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아세안 소속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 등 이른바 '아세안+3' 정상회담이 2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다. 이 회담을 앞두고 필리핀의 도밍고 시아손 외무장관이 25일 의욕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그의 말마따나 동남아와 동북아를 합친 거대한 동남북 아시아 융합작용이 '아세안+3' 정상회담을 계기로 함차게 가동되고 있다.

게다가 97년부터 이뤄져 온 '아세안+3'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처음으로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어서 어느 때보다 이목이 집중돼 있다.

올해 '아세안+3 정상회담' 의 초점이 되는 의제는 무역과 투자. 97년 중반부터 금융위기의 시련을 겪은 아시아로서는 당연히 경제분야로 논의를 집중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로돌포 세베리노 아세안 사무총장(필리핀)이 "안건에 제한은 없다.

그러나 아세안 회원국들과 한.중.일 3개국의 긴밀한 금융협조가 주요 의제가 될 것" 이라고 언급한데서도 나타나듯 아시아 각국들은 상호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세안 무역량이 7천2백억달러고 한.중.일 무역량이 2천억달러에 육박, 이들 13개국을 합친 총무역량과 한.중.일 3개국과 아세안간의 무역량까지 감안하면, 동남아+동북아 경제권은 얼추 1조달러 무역규모의 거대한 공동무역지대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일본의 주도권 다툼과 미국의 태도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아시아 각국과의 종합적인 교류방안인 '오부치프로그램' 을 제시할 방침이다.

중국은 난사(南沙)군도 문제로 아세안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일궈낸 주룽지(朱鎔基)총리를 회담에 전면배치, 은근히 맹주다툼을 벌이고 있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경제뿐 아니라 동아시아 안보협력 공동성명도 발표될 예정인데, 이 안보협력에서 제외된 미국의 태도도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아세안+3 정상회담' 은 이같은 변수아래 상호 무역.투자확대라는 주의제와 긴밀한 안보협력이 논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 외교통상부측은 "회담에서 동남아와 동북아를 잇는 공동시장이 현안이나, 가시화될지는 미지수" 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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