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8천만원짜리 종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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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임무는 정액 만들기, 마리당 2억8천만원. "

충남 서산시 운산면 축협중앙회 한우개량사업소에서 사육되고 있는 있는 한우 종자소(保證種牡) 37마리의 주요 신상명세다.

이 종자소들은 축협이 전국 각지의 후보 소 1천마리 가운데 상위 5% 이내에 드는 것들만 엄선한 것. 우선 5년생 어른소의 몸무게가 1t 정도로 일반 황소의 두배에 가깝다. 떡 벌어진 앞가슴에 흠잡을 데 없이 균형잡힌 외모는 암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정액 생산이 왕성한 5~6년생 한마리 가격이 일반 황소 1백여마리와 맞먹는 수준이다.

사업소는 이들 종자소에서 매년 2백만마리의 송아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의 정액을 추출해 전국 2백50개 한우개량단지에 냉동 상태로 공급한다.

정액 가격은 송아지 한마리 수정분인 0.5㏄에 2천~3천원으로 비싸지는 않다. 농가에서는 공급받은 정액으로 인공수정해 송아지를 생산, 21개월 동안 사육한 뒤 사업소에 되판다.

하지만 사업소측이 송아지를 사들이는 절차는 상당히 까다롭다.

잡종이 섞였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혈액 검사로 친자를 확인하고 체형 검사를 거쳐 상위 5% 이내에 들어야만 합격한다.

사업소 책임연구원 이성수(李成洙)박사는 "전국에서 유통되는 한우의 60% 정도가 이곳에서 공급된다" 며 "2001년 쇠고기 시장 완전 개방에 대비해 한우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고 말했다.

서산〓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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