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자체 "인구 늘려 지원금 더 받자" 공무원 주소지 이전 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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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주에서 40분 거리인 A군 공무원 金모(38)씨는 얼마전 "맡은 업무를 충실히 하려면 현지로 이사를 와야 되는 것 아니냐" 는 과장의 종용에 하는 수 없이 이사했다.

金씨는 "윗사람이 얘기하는데 듣지 않을 수 없어 가족들은 전주에 둔 채 혼자 자취를 하고 있다" 고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지자체들이 직원들에게 무리하게 주민등록(주소지)을 옮기도록 종용해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시.군의 주민등록 옮기기 운동은 교부금 등을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하다. 내년 지방세법이 개정되면 도세교부금의 90%를 인구수와 징수실적에 따라 배분한다. 특히 도세교부금의 60%는 주민등록상의 거주자수에 따라 나눠준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유.무형의 압력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엔 선거구 존폐 등을 의식한 의원들이 이같은 움직임을 부추기는 행태도 없지 않다.

1년전부터 B시의 면 지역에 근무 중인 宋모(45.전주시 인후동)교사는 학교장과 학교운영회 등으로부터 이사를 요구받았다.

이들은 "5시만 되면 전주로 가버리면 어떻게 아이들의 생활지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느냐" 고 '질책' 했다.

또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 존폐문제 또는 자신의 득표와 주민수를 연관시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주민수 증가가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일부는 공무원들에게 직접 전화 등 방법으로 주소지 이전을 적극 종용하거나 이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O시의 한 시의원은 "지역에 살아야만 애정을 갖고 공직생활을 제대로 잘 할 수 있다" 며 공무원들의 거주지이전을 시장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지자체들의 주소지 이전 운동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일부 군청은 최근 직원 출.퇴근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전주 시민운동연합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무원이 근무지에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거주지를 옮기도록 압력을 넣는 것은 기본권 침해다.

특히 정치.행정적 목적으로 악용해서는 안된다" 고 말했다. 한편 일부 시.군의 인구는 늘어난 반면, 순창.임실군 등의 인구는 상당폭 줄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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