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합당불가" 배경] "프로포즈도 안받았는데…합당설에 자민련만 흔들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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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3일 낮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8층 메트로폴리탄. 총리 정책자문위원 19명과 점심을 함께 하던 김종필(金鍾泌.JP)총리가 폭탄발언을 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국민회의와)합당은 안합니다. "

다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한 한병기(韓丙起)자문위원장이 제안을 했다. "오늘 있었던 정치 관련 얘기는 밖에 나가서 하지 맙시다. " "합당 안한다" 는 金총리 발언은 이렇게 나왔다.

지금까지 JP는 "개인적인 생각은 있지만 당론이 정해질 때까지 말을 아끼겠다" 고 해왔다. 그가 이처럼 명백히 합당 반대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로써 합당론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JP가 이런 말을 하게 된 배경은 뭘까. 이에 대한 JP 주변의 설명은 대략 두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에 대한 불만이 그 중 하나라고 한다. JP의 한 측근은 "DJ(金대통령)로부터 구체적인 프로포즈(제의)도 받지 않았는데 합당설이 계속 흘러나와 자민련이 흔들리고 있다" 고 설명했다.

그는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 등 합당에 적극적인 인사들이 있긴 하지만 청와대와 국민회의 내에는 합당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는 지적도 했다. 형체없는 합당설이 자민련의 지지기반만 흔들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또다른 이유는 정체성의 문제. JP 주변에선 "국민회의와 합당해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보수 안정표가 다 달아난다" 며 "차라리 자민련만이라도 이 표를 지켜내는 게 선거 후를 위해 좋다" 고 말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경원(徐敬元)전 의원 사건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JP의 이같은 쐐기에도 불구하고 합당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합당 반대에 무게 중심을 둔 것이라기보다 여권 내부의 입장을 빨리 정리할 것을 우회적으로 재촉한 게 아니냐" 고 분석했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도 "연말이 되면 합당론은 다시 부상하게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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