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화천, 박스형 잠수교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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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다리로 매년 피해를 입고 있으니 대책을 마련해 주세요." "군 재정상 주민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춘천시와 화천군 경계에 만들어진 다리로 춘천 지역 주민들이 피해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화천군은 주민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춘천댐 상류인 춘천시 사북면 지촌2리와 화천군 하남면 서오지리를 연결하는 건널들교가 준공된 것은 지난 97년8월.

화천군은 서오지리 주민들이 배를 이용해 나들이를 하는 등 불편을 겪는데다 이곳이 낚시터로 각광받자 군비 3억4천여만원을 들여 다리(길이 1백17.5m, 너비 4m)를 만들었다.

그러나 다리의 형태가 문제였다. 군은 예산이 모자라 교각이 있는 일반 다리 대신 박스형의 잠수교를 만들었다. 이후 장마 때마다 잠수교 교각에 부유물이 걸려 물이 역류하면서 인근 농경지가 침수됐고 심한 경우에는 농경지와 농로가 유실됐다.

이와 함께 별도의 도로를 만들지 않은채 경지정리된 지촌리 농경지의 농로를 활용한 진입로도 문제가 되었다. 농로는 다리 너비보다 좁은 너비 3m로 승용차 교행이 불가능해 낚시철만 되면 주민과 낚시꾼들간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농로에 경운기를 세워놓고 작업을 하다보면 차량 통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잠수교 철거 및 일반교량 건설, 농로 확.포장 또는 대체도로 확보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촌2리 이장 이종남(李鍾南.42)씨는 "화천군이 다리를 만들 때 농로를 4m 이상 확장해준다고 약속했으나 시멘트 포장만 했다" 며 "강원도와 화천군에 정식 건의한 뒤 주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물리력을 행사하겠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천군은 "잠수교로 인해 홍수 때 피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그렇다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일반 교량을 만들 수는 없다" 고 밝혔다. 또 "농로 확장도 보상비 등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며 더욱이 춘천시 지역 땅이라 화천군에서 처리할 사안을 아니다" 는 입장을 밝혔다.

춘천〓이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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