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정기예금 … 금리인상 ‘서막’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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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금융회사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GDP 서프라이즈’라고 할 만큼 3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뛰어오르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이를 수 있다는 냄새를 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연 5~6% 정기예금이 떴다. 대개 한두 개 회사의 금리 인상은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예금금리의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6월 말 3%대 초반에서 이달 초 4%대 중·후반으로 1%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그러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지고, 당국이 예금금리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면서 금리는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정기예금 5% 시대=우정사업본부는 26일 최대 연 5%(1년제)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e포스트 정기예금’을 내놨다. 기존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가 연 4.6%인 것을 감안하면 금리 수준이 꽤 높아진 것이다. 우정사업본부 진수동 사무관은 “전자금융의 고객 기반을 넓히기 위해 인터넷 전용으로 나온 상품이기 때문에 금리 수준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자를 더 주니 조건이 여럿 붙는다. 1000만원 이상을 가입해야 한다. 우체국 창구에서는 가입할 수 없고, 반드시 인터넷뱅킹을 통해서만 들 수 있다.

이런 조건이 붙지 않는 정기예금으로는 씨티은행 스텝업 정기예금의 금리가 연 4.7%로 가장 높다.

기업은행의 서민섬김통장도 연 5%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택청약통장 가입 등 5가지 조건을 만족해야만 이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에선 6%대 정기예금이 등장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판매하는 ‘별둘별셋 정기예금’은 가입 기간 중 출산했을 때 총 자녀가 2명이면 기본금리(연 5%)에 0.5%포인트를, 총 자녀가 3명이면 1%포인트의 금리를 더 준다. 가입 기간 중 출산해 자녀가 3명이 됐다면 6%의 금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금리 연쇄 인상 가능성=3분기 GDP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시중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경기 회복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반영된 것이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도 그 자리에 머물기는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리인상을 자제해 당장 공격적으로 예금금리를 올리긴 어렵다”며 “그러나 다른 금융회사가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그대로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다른 회사가 고금리로 돈을 쓸어가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은 조만간 정기예금 금리의 인상을 계획 중이다. 또 우정사업본부가 정기예금 금리를 높이면서, 연 0.5%였던 수시입출금식예금 금리를 연 2%로 파격 인상한 것도 다른 은행들엔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중소형 은행→대형 은행 순으로 예금금리 인상 러시가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김준현·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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