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유출자 사법처리는] 비공식·재가공땐 처벌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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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직동팀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이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씨를 통해 배정숙씨에게 건네진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문건이 공식적인 사직동팀 보고서이고, 작성 당사자가 이를 유출했다면 형법 제127조에 규정된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범한 것이 된다. 이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만일 金전총장이 작성 당사자로부터 이 문건을 받아 부인에게 줬다면 일부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金전총장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문제의 문건이 사직동팀 보고서라도 공식 보고서는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식 보고서엔 작성자의 명의와 비밀분류가 있어야 하는데 공개된 문건엔 그런 흔적이 없었다.

작성 당사자이긴 하지만 비공식 문건이었다면 당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게다가 사직동팀에서 조사한 내용을 기초로 누군가가 재가공한 문건을 만들어 金전총장측에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에선 유출 경로를 사직동팀 관계자-정치권 인사-金전총장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 경우 최초 유출자는 몰라도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선 사법처리가 어렵다. 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공무상 취득한 비밀에 대한 법해석은 엄격한 편" 이라며 "대부분 징계대상이 되거나 도덕적 비난으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 고 말했다.

문건이 검찰의 내부 정보수집 활동의 결과라면 논쟁의 소지가 있다. 이를 과연 검찰의 직접적인 직무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延씨나 裵씨가 공무원이 아니어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金전총장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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