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실적없는 반짝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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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별 내용도 없는 한편의 드라마로 끝날 것 같다."

9월 첫날 증시가 힘차게 올랐지만 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은 대체로 차가웠다. LG투자증권 김중곤 연구원은 "최근 들어 소매.건설.인터넷 등 실적이 둔화되는 추세인 종목들이 특히 많이 오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 상승은 자극적이었지만 내용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기업 실적(이익 증가율)이 개선되지 않는 한 요즘 같은 주가 상승 흐름이 지속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진단이다.

증권사들은 하반기 이후 기업들의 실적이 뚜렷하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134개 기업을 대상으로 추정한 결과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분기별 영업이익 증가율은 ▶2004년 1분기 34% ▶2분기 65% ▶3분기 56% ▶4분기 32%로 줄어들고 내년에는 4%대로 떨어진다.

동양증권도 분석 대상 84개 상장사의 전년비 분기별 영업이익 증가율은 2분기 65%를 정점으로 3분기 47%, 4분기 12%로 크게 둔화된 뒤 내년에는 1분기 -7.8%, 2분기 -8.2% 등으로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동원증권도 179개 상장.등록기업의 영업이익이 올 2분기 14조7016억원에서 3분기 14조5985억원, 4분기 14조2563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증권 분석정보 전문사이트인 Fn가이드에 따르면 150개 주요 종목의 순이익추정치 평균은 2004년 2분기 12조214억원에서 3분기 11조6270억원, 4분기 10조6933억원으로 떨어졌다가 내년 1분기에는 12조2629억원으로 오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각 증권사들은 대체로 정보기술(IT) 업종이 특히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분기 3조7330억원에서 3분기 3조1096억원, 4분기 2조9611억원으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동원증권은 전망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모건스탠리는 1일 삼성전자의 목표가격을 71만원에서 54만원으로 크게 낮췄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최근의 유가 안정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덜 나빠질 것이란 낙관론도 있지만 아직은 목소리가 크지 않다.

우리증권 신성호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1분기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매년 말 기업들이 보너스 등으로 비용을 많이 처리하는 데 따른 계절적인 요인일 뿐"이라며 "최근의 주가 상승은 기업 실적이나 경기 회복 등이 뒷받침되지 않은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정부의 내수 진작책으로 최근 내수주들의 주가 흐름이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업 실적들이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며 "내수가 회복되고 수출 경기가 살아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야 기업 실적들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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