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시장에 '클링'소리 크게 울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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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에스 티 듀퐁(S.T. Dupont)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내놓은 '에스. 티. 듀퐁폰'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8일부터 진행된 온라인 구매예약 사이트는 오픈 14시간 만에 서버가 다운되고, 16시간 후에는 온라인 배너로 유입된 방문자만 79만명에 달했다. 이는 기존 온라인 광고에 비해 4배 이상의 기록이란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듀퐁폰'은 사이트 오픈 6일만에 온라인 예약구매가 1만대를 돌파한데 이어 17일 종료 때에는 1만5000대에 달했다. 3만대 한정판인 듀퐁폰의 절반이 온라인에서 미리 판매 돼 버린 것이다.

듀퐁폰의 성공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회사 관계자들은 "차별화된 제품 고유의 세일링 포인트에 있다"고 주장한다. 즉 제품이 가진 주요한 특징, 소비자들이 경쟁제품과 차별화해 인식하는 그 제품만의 특장점을 잘 살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듀퐁폰만의 독특한 세일링 포인트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소리'다. 지금까지 명품 휴대폰으로 일컬어진 모델들은 모두 명품의 브랜드 디자인과 가치를 담은 것들이다. 그런데 듀퐁폰은 거기에다 '듀퐁 라이터'가 가졌던 고유의 소리를 담아냈다. 휴대폰 홀드 커버를 여는 순간 저 유명한 듀퐁 라이트를 열 때와 똑 같은 소리가 '클링'하고 나는 것이다. 그 '클링'소리는 남자들의 오랜 로망이었다. 실제로 예약구매자의 대다수가 남자들 이었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듀퐁폰의 클링 사운드를 개발하는데 중심역할을 한 사운드 디자이너 서동원 연구원은 스카이와 듀퐁이라는 두 브랜드의 연결고리로서의 '소리'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최근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소리들이 있어요. 매스컴, PC를 통해 나오는 각종 콘텐트 사운드부터 일상의 수 많은 소리들까지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사운드에 소비자들은 노출되어있습니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그 수 많은 소리들을 한 곳에 모아둔 것이 ‘휴대폰’이라고 할 수 있어요. 휴대폰은 수화기 너머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출발해, 음악, 영상 그리고 다양한 효과음까지… 이렇게 휴대폰에 있어서 ‘소리’의 중요성은 커뮤니케이션 도구 이상으로 확장되고 진화되고 있습니다.”

서 연구원은 '클링 사운드' 개발이 결코 쉽지 않았다며 개발 과정의 뒷 이야기를 들려줬다.

"처음 듀퐁 라이터를 손에 쥐었을 때, 느껴졌던 명품다운 묵직함을 사운드로 표현하기 위해 듀퐁 라이터를 몇 날 몇 일 가지고 다니면서 수천 번을 열고 닫기를 반복했어요. 그리고는 최고의 사운드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음향 전문 스튜디오에서 듀퐁 라이터의 고주파수 음역대와 맞는 마이크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최대한 사운드의 왜곡 없이 정직하게 녹음 소싱을 하기 위해 녹음실에서 라이터 개폐를 수없이 반복했죠"

서 연구원은 그렇게 라이터 개폐를 반복하며 ‘클링 사운드’에 귀를 기울이던 중 어느 날 아날로그와 디지털화된 음원의 차이가 바로 음색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라이터 소리의 음색은 라이터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소리가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는 단순히 청각적인 부분만을 고려하여 디지털 음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적인 촉감 또한 고려해야 라이터의 원음에 가장 가까운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소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휴대폰에 명품의 소리를 덧입힌 '듀퐁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지켜볼 일이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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