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과 다른 글꼴 여야 엇갈린 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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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에 의해 공개된 '언론장악' 문건이 文일현씨의 원본과 글꼴이 다르다는 의혹(본지 11월 18일자 1, 3면)을 접한 여야는 19일 희비가 엇갈린 표정이었다.

한나라당은 "검찰은 원점에서 수사를 다시 하라" 고 요구했다.

李사철 대변인은 검찰에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글꼴이 다르다는 게 밝혀지면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한 검찰이 의도적으로 하드 디스크 복원에 실패했다고 발표한 것 아니냐" 고 추궁했다.

그는 "당초 중앙일보 관계자를 입회시켰다가 원본 하드 디스크 수사 때는 배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李대변인은 이어 "검찰이 갖고 있는 文씨의 하드디스크 원본을 전문가 입회아래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며 "이종찬씨의 컴퓨터 라인 및 E메일 등을 조사하기 위해 李씨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구범회(具凡會) 부대변인은 "검찰이 하드 디스크 원본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특검제 도입 요구에 직면할 것" 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회창(李會昌) 총재 주재의 고위당직자 회의에서는 "이강래(李康來)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제3의 인물 범주에 다시 포함되게 된 것" 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국민회의 당8역회의에서는 논의가 없었다. 공식적인 성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김영환(金榮煥) 정세분석위원장은 "공개된 문건의 필체는 한나라당 공식문서에 사용하는 글자체와 크기.모양이 같다" 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종찬 부총재와 이영일 대변인 등은 특히 鄭의원의 문건 분량에 관한 발언을 들어 鄭의원에게 화살을 돌렸다.

문건폭로 직전 모 일간지 인터뷰에서 "10쪽 분량 문건을 갖고 있다" 고 했던 鄭의원이 추후 7쪽이라고 번복하면서 "나는 A4용지 한장에 17줄을 잡는데 실제는 22~23줄이 들어가 있어 잘못 나왔던 계산" 이라고 한 대목. '

국민회의측은 "鄭의원이 상세히 알고 있었던 게 바로 그가 문건을 재편집했다는 증거" 라고 주장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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