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한옥마을 쉼터 정자에서 제집인듯 음식 시켜먹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일요일 가족과 함께 남산 한옥마을에 갔다. 새로 복원한 옛날 가옥과 전통혼례식 등 다양한 볼거리와 자연환경이 어우러져 도심 속 휴식공간으로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뜻밖의 광경을 보고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편히 쉬라고 마련해 놓은 정자에 30대 여자 5~6명이 중국음식을 시켜 제집 안방처럼 떠들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배달원에게 장소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며 큰 소리로 나무라기까지 했다.

또 한쪽에서는 그 사람들의 자녀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문화관광지에서 남의 눈을 생각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부모를 보고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한마디씩 하며 지나가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 중엔 한국 문화를 알려고 온 외국인들도 끼여 있었다. 이들 행동을 제지하거나 단속하는 관리인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들 일행은 식사 후 기분이 좋았는지 여전히 큰소리로 떠들며 유유히 사라졌다. 하지만 남아있던 관광객들의 정취는 깨져버린 뒤였다. 남 생각 안 하는 시민의식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미숙 <서울 송파구 가락2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