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 재작성 논란] "공개된 문건은 워드프로세서로 친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 사무실에서 유출된 '언론장악 문건' 은 "분명히 훈민정음95로 작성된 게 아니다" 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문건과, 같은 12포인트 크기의 훈민정음95 바탕체로 작성된 동일한 내용의 다른 문건을 비교 분석했다.

선일 문서감정원 유창렬(柳昌烈)원장은 "문제의 문건은 워드프로세서로 작성된 게 틀림없다" 며 "그러나 언론장악 문건에선 '있' 자의 밑받침 쌍시옷이 붙어있는 반면 훈민정음쪽은 떨어져 있다" 고 설명했다. 柳원장은 전국 법원의 등록 감정인이며 한국감정인협회 총무를 맡고 있다.

그는 이어 " '위' 자의 경우도 문건에선 자음 'o' 과 모음 'ㅜ' 가 붙어 있으나 훈민정음은 상당히 떨어져 있다" 고 덧붙였다.

단어간 간격도 다른 것으로 지적됐다. 그는 "문제의 문건 쪽은 단어간 간격이 좁은 반면 훈민정음으로 작성한 것은 그 폭이 넓다" 고 밝혔다. '롯' 자의 경우도 "한쪽은 'ㅗ' 와 'ㅅ' 이 떨어져 있는 반면 다른 쪽은 붙어있어 다르다" 고 말했다.

"양쪽 문건에서 나타난 아라비아 숫자의 크기와 위치도 차이가 있다" 게 柳원장의 설명이다. 문건에는 '16대 총선' 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그는 "문건의 경우 '1' 과 '6' 의 간격이 떨어져 있으며 6자가 좌측으로 기울었으나 훈민정음쪽은 간격이 훨씬 붙어 있으며 기울지도 않았다" 고 말했다. 서로 다른 워드프로세서로 작성된 문건이라는 게 柳원장의 결론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글꼴을 제공하는 한양시스템의 정인복(鄭寅福)연구실장도 동일한 의견이었다. 훈민정음95는 기본 글꼴의 경우 MS 윈도에 내장된 것들을 사용토록 설계돼 있다.

鄭실장은 " '현' 자의 경우 문건에선 자음 'ㅎ' 과 모음 'ㅕ' 의 위쪽이 떨어져 있는 반면 우리가 제공하는 글꼴에선 서로 붙어있다. 받침 'ㄴ' 역시 문건에선 'ㅎ' 과 붙어 있으나 우리의 글꼴은 떨어져 있다" 고 밝혔다.

남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