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바이러스 혈청분리 세계 첫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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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 의학계의 숙원이었던 C형 간염 바이러스가 국내 의학자에 의해 정체를 드러냈다. 서울대 의대 내과 김정룡(金丁龍)교수는 17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대한간학회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코어단백질인 CK입자를 환자의 혈청에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고 발표했다.

코어단백질이란 바이러스의 몸체를 구성하는 핵심 물질로 혈청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 단백질을 분리해낸 것은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혈청은 혈액에서 적혈구.백혈구 등 세포성분을 제거한 것으로 바이러스는 대부분 혈청에 존재하며 혈청에서 바이러스만 골라내는 기술이 혈청 분리다.

金교수는 이날 CK입자로 이뤄진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을 공개하고 C형 간염 바이러스가 하나의 코어단백질로 이뤄진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3~4개의 코어단백질이 모여 구성된 독특한 구조를 지녔으며 CK입자 숫자에 따라 41~1백50㎚(1㎚〓10억분의 1m)의 다양한 크기를 갖는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선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구조 외에 분자량.밀도.전기영동(電氣泳動)적 특성 등 생물학적 특성도 공개됐다.

金교수는 80년 C형 간염 연구에 착수, 지금까지 13만여명의 환자에게서 혈청을 채취해 전기영동.초원심분리.침전기법 등 19단계의 과정을 거쳐 C형 간염 바이러스만 골라내는 개가를 올렸다.

金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단백질의 혈청분리 성공으로 새로운 진단법과 예방백신의 개발이 가능해졌다" 고 설명했다.

C형 간염은 국내 성인 가운데 2%가 감염자로 추정되며 전세계적으로 약 1억7천만명의 감염자가 있다.

특히 미국에서만 매년 4만여명이 새로 감염돼 1만명이 사망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혈청 분리에 성공하지 못해 예방백신도 없는 상태다.

金교수는 이번 연구결과 중 실험기법에 관한 일부 내용을 미국 의학전문지 인터바이롤로지 10월호에 발표한 바 있으며 이날 발표된 내용도 보고할 예정이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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