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언론장악문건' 문일현씨 원본과 글꼴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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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의 사무실에서 유출된 '언론장악 문건' 의 글꼴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문일현(文日鉉)씨가 팩스로 송신했다는 것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文씨는 지난 6월 '훈민정음95' 프로그램으로 문건을 작성해 팩스 모뎀을 통해 전송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으며, 李부총재측은 팩스로 받은 원본을 분실했다고 밝혀왔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국회에서 공개한 문건을 정밀 분석한 전문가들은 17일 훈민정음95를 사용해서는 문제의 문건을 만들 수 없다고 감정했다.

이는 제3자가 특별한 목적을 위해 文씨가 보낸 원본을 토대로 문건을 재작성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공개된 문건이 재작성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문건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훈민정음95에 사용된 글꼴 개발회사인 한양시스템 정인복(鄭寅福)연구실장은 "언론에 공개된 문건에선 '위' 자의 경우 자음 'ㅇ' 과 모음 'ㅜ' 의 사이가 붙어있는 반면 훈민정음의 글꼴은 둘 사이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등 여러 군데에서 차이점이 발견된다" 며 "언론에 공개된 문건의 글꼴은 본사의 개발품이 아니다" 고 말했다.

文씨가 사용한 노트북 컴퓨터의 훈민정음95 글꼴은 한양시스템 제품이다. 또 선일문서감정원 유창렬(柳昌烈)원장은 문제의 문건과 똑같은 문장을 훈민정음95와 같은 사이즈 글자로 작성.비교한 뒤 "자.모음간 위치와 간격이 다른 문자가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등 명백히 다르다" 고 말했다.

이밖에 훈민정음95를 사용해 공개된 문건과 똑같은 글자 크기의 문장을 작성했을 경우 단어 사이의 간격에서도 차이가 발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훈민정음을 개발한 삼성데이터측은 "훈민정음은 외부 글꼴을 사용했을 경우에도 단어 사이의 간격이 동일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고 밝혔다.

한편 李부총재측은 "유출된 문건은 팩스로 받은 상태 그대로이며 다시 쓰거나 가공하지 않은 것" 이라고 말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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