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투표권 가진 학부모에 서울교육청서 단체관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극심한 재정난으로 올해 금융기관에서 4천여억원을 빌려쓰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교육시책 홍보 등의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들여 초.중.고교 학부모.학교운영위원들에게 땅굴 견학 등을 시켜주고 있어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내년 8월로 예정된 교육감 선거를 의식해 투표권을 가진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대표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한 선심성 행사라는 지적 때문이다.

서울 동작교육청은 지난 9일 3백60만원을 들여 학교운영위원들과 학년대표 학부모 등 2백여명에게 하루 코스로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를 구경시켜줬다.

강동교육청도 10일 학부모 대표 1백25명에게 제3땅굴 등 전방지역 관광을 시켜준 뒤 교육청 인근 한식점에서 저녁까지 대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성동교육청도 11일 학교어머니회 임원 등 학부모 88명을 충남 대천 서울시교육청 수련원에 초청했고, 성북교육청도 이달 중순께 전방 견학을 계획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같은 학부모 행사를 위해 지역교육청당 4백10만원씩 총 4천6백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참교육학부모회 윤지희 회장 대행은 "올해 교육예산 부족 때문에 학교마다 운영비가 크게 줄어들어 어려운 시점에서 이같은 행사는 교육감 선거를 고려한 선심 행정으로 비쳐질 수 있다" 고 우려했다.

교육감 선거는 선거인단(1천1백60명)에 의한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지는데 선거인단의 97%는 공립 초.중.고교 학교운영위원회의 대표(학부모.지역인사 중 호선).사립학교 학부모대표들로 구성되며 나머지 3%는 교육 관련단체들이 낸 교사위원들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서울시교육청 시책 홍보와 과거에도 여러차례 해온 안보 연수 목적" 이라며 "특히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은 내년 2월 교체되기 때문에 사전선거운동을 하려해도 할 수 없는 실정" 이라고 해명했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