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남은 국물속 단무지 꺼내 새 우동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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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랜만에 친구와 여행하기 위해 대구역을 찾았다. 예전보다 친절해진 역무원들로 인해 내심 기분이 좋았다.

여행간다는 설레임에 아침식사도 거르고 일찍 나선 터라 친구와 옛 추억을 생각하면서 기차역에서 우동을 먹기로 했다.

어릴 적에 기차가 도착할까봐 철길을 쳐다보고 시계도 봐가며 급하게 먹던 그 우동맛을 다시 한번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기분 좋게 우동을 먹고 기차가 도착할 때까지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어이없는 모습을 보게됐다.

우동가게 주인이 우리가 방금 먹은 우동그릇에서 단무지를 건져내 물에 헹구더니 재료 그릇에 다시 담는 것이었다.

역에서 파는 우동은 단무지를 따로 주지않고 우동에 몇개를 띄워준다. 따로 담아주더라도 남이 먹다 남은 걸 먹는다는 건 기분 나쁜 일인데, 어떻게 남이 먹던 우동 국물에 담긴 단무지를 다시 쓸 수 있단 말인가.

2천원이라는 돈을 내고 쓰레기를 먹었나 싶어 기분이 몹시 상했다. 파는 상인들도 자기가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소정.soj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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