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 실상 옳게 알리고 학생 뽑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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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 대학의 현주소는 이렇다. 고등교육의 경쟁력은 세계 28위이고, 과학논문 인용색인 기준으로 세계 100위 이내 대학은 한곳뿐이며, 졸업 후 취업률은 60%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과 대학의 지식 이전 성과는 세계 16위로 신입사원이 대학에서 습득한 지식과 기술은 기업에서 필요한 수준의 26%에 불과하다.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31명으로 초.중.고보다 못하다.

대학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한국 대학은 하루빨리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반성과 필요성에 따라 교육부의 대학구조 개혁방안이 나와 다행이다.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입학정원의 점진적 감축은 대학들이 당장 서둘러야 할 과제다. 국립대의 통합과 연합대학 체제 구축, 그리고 사립대의 통.폐합은 인력 양성의 중복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학의 실상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대학정보공시제의 도입은 매우 중요하다. 개혁방안에 따르면 대학과 대학원은 앞으로 신입생 충원율과 교수 1인당 학생 수, 취업률, 예산과 결산 내역을 밝혀야 한다. 허위로 공시하면 대학들은 법적으로 제재를 받는다.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은 몇%나 되는지, 교수는 제대로 있는지, 재단이 학교 재정에 얼마나 보태는지 등의 자료는 학교 선택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러나 대학들은 이 같은 현황을 감춰왔다. 교육부는 알면서도 공표를 꺼렸다. 자연히 학생과 학부모는 백지상태에서 학교를 선택하고 기업들은 졸업생의 실력을 정확히 모른 채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학평가를 위한 고등교육평가원의 설립도 필요하다. 미.영.일.등은 오래전부터 전문평가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앙일보가 10여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대학과 학과를 평가.보도해 대학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해 왔다. 대학의 정보가 공시되고, 평가 결과가 공개되면 입시생들은 자료를 비교한 뒤 선호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또 대학의 장점과 단점이 낱낱이 드러남으로써 대학 간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경쟁을 통해 우리 대학들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