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를 넘어] 13. 美경제에 미친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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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케인스 만큼 미국 역대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도 드물 것이다.

미 하버드대의 경제학자인 토드 부크홀츠 교수는 "로널드 레이건이 애덤 스미스가 그려진 넥타이를 매었다면 프랭클린 루스벨트에서 리처드 닉슨에 이르는 미국의 모든 대통령은 케인스 넥타이를 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 말할 정도다.

1936년 그의 대표적 저술인 '고용.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 이 출간된 이후 케인스 이론은 경기침체 때마다 미국 대통령이 애용하는 '만병통치약' 이 됐다.

즉 불경기가 오면 정부는 연방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인하해 경제가 회생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재정적자를 냈다.

반대로 상품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만큼 급증해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정부는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인상해 수요를 안정시켜 나갔다. 이때마다 약효는 뛰어났다.

그래서인지 케네디나 존슨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하버드.예일.미네소타 대학에서 쏟아져 나온 케인스주의자들로 북적거렸다. 폴 새뮤얼슨.제임스 토빈.로버트 솔로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케인스의 이름이 가장 빛을 발했던 때는 1964년이었다. 미 경기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자 존슨 대통령은 당장 케인스식 처방을 집행하라고 명령했다. 당시 불경기의 폭이 3백억달러로 추산되자 정부는 개인과 기업의 세금을 1백30억달러나 감면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곧 수요가 증가해 생산력을 되살렸고 고용이 늘어나 실업률이 두드러지게 수그러들었다. 존슨의 이같은 경험을 지켜본 후임자 닉슨이 열렬한 케인스주의자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이제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다" 라고 닉슨 대통령이 선언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인스식 처방의 영향력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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