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山城宏-강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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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검토실 "흑은 우상귀 지키기만 해도 필승"

제5보(91~119)〓바둑은 바야흐로 중반의 난소(難所)에 접어들고 있다. 16명의 강자가 이마를 맞댄 채 대국장은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어디선가 고통스러운 신음이 나지막이 터져나온다. 전보의 마지막 수인 백△는 초조의 산물이다. 야마시로9단은 좌변 일대에서의 실패를 한탄하다가 이곳의 뒷맛을 성급히 찔러갔다. 하지만 94, 96 등의 수는 97이 놓이자 거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나중에 '가' 로 막는 뒷맛이 생기긴 했으나 당장은 98, 100으로 대마가 도주해야 하니 그 노림은 요원할 뿐이다.

문득 초조함을 가라앉히고 대세를 돌아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초조함을 극복하려면 패배를 포근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흔히 말하는 '마음 비우기' 가 아니고서는 점점 증폭돼 가는 초조와 근심을 이겨낼 수 없는 것이다.

대마는 서로 얽히면서 중앙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검토실에선 "흑이 이 싸움에서 먼저 손을 돌려 우상귀를 지키기만 하면 필승" 이라고 말하고 있다. 백집은 우하에 약 25집이 있고 좌상과 우변에 약 10집쯤 있다. 덤까지 약 40집.

흑은 우상귀를 굳힐 수 있다면 이곳만 35집이나 된다. 좌하에 10집쯤 있으니 덤을 내고 충분히 남는다. 문제는 우변의 흑. 이곳은 흑이 지키면 10집은 착실하지만 백이 먼저 덤벼오면 오히려 백집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것이 마지막 변수일 것이다.

姜3단은 만사를 제쳐놓고 좌상귀를 지키고 싶다. 그러나 우변에 백이 먼저 들어오게 해서는 위험하다고 보고 있기에 이를 악물고 107, 109로 선공을 취한다. 만약 상대가 손을 빼고 우상귀에 들어온다면? 그건 매우 두려운 일이지만 좌변을 몰살시키면 된다.

119로 연결했다. 이젠 상대가 우변에 들어오는 것은 두렵지 않게 됐다. 그러나 이 수는 과연 선수인가.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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