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밝혀낼지…" 한나라당 의구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나라당은 검찰이 '언론장악' 문건사건의 실체를 한점 의혹 없이 밝혀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인 문건작성 경위와 문건내용의 실행 여부, 구체적으론 문건과 중앙일보 탄압사태의 관련성 여부를 검찰이 밝혀낼 것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수사가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말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검찰이 과연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를 철저히 조사했는지 의문" 이라고 말했다.

"李부총재 조사에서 새로 드러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뭘 의미하느냐" 고 반문한 그는 "검찰이 이번 사건을 기자들이 벌인 해프닝쯤으로 꿰맞추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고 의심했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李부총재가 서울지검에서 조사받는 도중 같은당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이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점도 검찰수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 이라고 지적했다.

河총장과 李대변인은 베이징(北京)에서 한때 잠적했던 文씨가 李부총재 조사가 끝나자 곧바로 귀국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李부총재-文씨의 친분관계로 보아 입을 맞춘 뒤 귀국했을 가능성이 크다" 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9일 일제히 검찰을 향해 철저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河총장은 "文씨가 왜 문건을 작성했고, 청와대 비서진 및 여권실세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에 대해 검찰은 文씨의 노트북 조사와 예금계좌 및 통화기록 추적 등을 통해 반드시 진상을 가려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박관용(朴寬用)부총재는 "검찰은 현재 문건내용의 실행 여부에 대해선 관심을 쏟지 않고 있는 인상" 이라며 "文씨와 자주 접촉한 청와대.여권인사들을 소환, 이 문제를 파헤쳐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중앙일보 탄압사태는 문건내용이 실행됐음을 의미한다" 며 "검찰이 李부총재의 입장만 살린 채 사건을 마무리하려 할 경우 고급옷로비.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처럼 특별검사에게 맡겨 다시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또 비등해질 것" 이라고 경고했다.

이상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