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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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은 1차 세계대전 당시 공산 쿠데타로 집권한 러시아 볼셰비키당이 1919년 기존 사회주의 국제연대조직인 '제2인터내셔널' 을 깨고 '코민테른' 이란 독자조직을 만들자 서구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이에 대항, 23년 결성한 조직이다.

2차 세계대전으로 잠시 활동을 중단하다 5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재건된 뒤 공산주의와 파시즘에 강력 반대하고 부의 균등한 분배, 사회복지 확대, 국영화 등으로 요약되는 민주적 사회주의 노선을 옹호해 왔다.

80년대말 소련 해체와 동구권 몰락, 90년대 중반 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사회당 정권의 잇따른 패배 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SI는 96년 뉴욕에서 열린 20차 총회에서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탈냉전 이후 전세계로 확산되는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의 열풍 속에서 좌파 정당의 새로운 진로 모색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SI는 뉴욕 총회에서 "국제경제의 글로벌화는 직시해야 할 현실이지만 규제되지 않는 글로벌화는 사회적 권리 저하와 빈곤의 글로벌화를 초래할 뿐" 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들은 특히 "다국적 기업과 외환투기업자들이 민주주의 희생 위에서 성장하고 있다" 며 "자유시장경제는 인류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고 선언했다.

사회주의 재도약을 위한 '출정식' 이었던 뉴욕 총회가 워낙 거센 '신자유주의' 바람 속에서 개탄과 분노에 머물렀던 측면이 많았다면 21차 파리 총회는 보다 힘을 얻고 있는 기세다.

유럽 대다수 국가에서 사회주의 정권이 출범한데다 세계 빈곤.인권.환경문제의 악화 등 '신자유주의' 의 후유증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는 상황인식에서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 사회주의 정권의 노선 차이로 '파리 공동선언' 이 어떤 식으로 나오든 SI내의 이념대립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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