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지도가 바뀐다] 37. 독회팀과 '깐수' 정수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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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슬람독회' 팀에서 빠트릴 수 없는 사람은 현재 복역 중인 정수일(鄭守一.65.가명 무함마드 깐수.전 단국대 교수)씨다. 그는 중국 하얼빈에서 태어났는데 조선족으로서는 드물게 베이징(北京)대 아랍어과를 나온 수재.

졸업 후 중국의 모로코 주재 대사관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으며 63년 이후 북한으로 들어가 평양외국어대 아랍어과 교수로 활동했다.

그가 레바논계 필리핀인으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온 것은 84년. 하지만 96년 단국대 초빙교수로 재임 당시 간첩행적이 드러나 체포됐다.

이 사건이 터지면서 가장 충격에 휩쓸렸던 곳이 이슬람독회팀이다. 정씨는 탁월한 언어력(한국어.중국어.아랍어.일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 영어.프랑스어에도 능통)을 갖춘 이슬람학 전문가로서 이 팀 연구활동을 주도했기 때문이었다.

동서문헌을 통달한 데서 나오는 학문적 깊이와 연구에 대한 열정은 다른 학자들에게 자극과 교훈을 던졌을 정도. 멤버들은 그가 끝내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넘어서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했다.

정씨가 복역을 시작하며 '10년의 옥중 연구프로그램' 을 수립했다는 사실은 더 놀랍다. 그 1차성과는 모로코 출신 여행가 이븐 바투타(1304~68)의 '리흘라' (여행기라는 뜻)를 포함한 몇권의 고전 번역. 정씨는 현재 '리흘라' 번역 글을 원고지에 옮겨적는 일을 진행하면서 한편으로는 2단계 연구작업으로 중국 고전에 대한 번역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독회' 팀 멤버들은 한결같이 "그가 죄값을 치르고 세상으로 나올 경우 동서교류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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