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문건을 둘러싼 여야 대치정국의 파고가 높아지지만 요즘 김종필(金鍾泌.JP)총리는 침묵만 지키고 있다.
金총리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원론적인 정부측 입장만 밝혔을 뿐 공.사석에서 자신의 의견을 속시원히 내놓은 일이 없다.
이같은 金총리의 침묵을 그의 측근들은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金총리가 이번 사태에 대해선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말한다.
지난달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가 문일현씨로부터 문건을 전달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날 아침에도 총리실 간부회의 때 金총리는 "내가 아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총리실에 따르면 金총리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후 측근들에게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쓸데없이 말하지 말라" 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
두번째는 예민한 사안에 대해선 본인 스스로가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이번 문제도 필요하면 자민련이 대응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한 측근은 "합당론 파문 때 JP가 '앞으로 당은 박태준(朴泰俊)총재가 책임지고 끌고 갈 것' 이라고 말했다" 며 "당이 입장을 밝히면 됐지 총리까지 나설 필요는 없지 않으냐" 고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JP가 이번 사태를 그만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있다.
金총리의 침묵을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에 대한 못마땅함의 표시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권 출범 후 자민련이든 JP든 말로만 공동정권의 축이었지 중요한 사안에선 소외돼온 게 사실 아니냐" 고 꼬집었다.
金총리는 실제로 지난 4일 춘천에서 열린 신 보수 대토론회 때 "지금은 대통령을 모시는 위치인 만큼 내 소리를 안냈지만 당에 돌아가면 내 소리를 내겠다" 고 말하기도 했다.
한 때 국민회의의 총재권한대행도 갈아치우고 특검제 도입도 성사시켰던 JP의 역할은 실종된 상태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빨치산 발언 파동까지 겹쳐 여야의 격돌은 심화되고 있지만 7일 현재 청와대와 총리실에 따르면 DJP는 이번 주 회동 일정도 잡아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박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