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증자 주주 전원 불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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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1일 마감된 GM대우자동차 유상증자에 산업은행(지분 27.9%)뿐 아니라 1대 주주인 미국 GM(50.9%)도 불참했다. 일본 스즈키자동차(11.2%), 중국 상하이자동차(9.9%) 등 주요 주주도 모두 청약하지 않았다. 이번 청약은 총 4911억원 규모였고, GM은 이 가운데 2500억원을 청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3일 실권주 청약이 남아 있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익명을 요청한 GM대우 관계자는 “실권주 청약 이후에도 27일 대금 납입, 28일 신주 교부 일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실권주는 기존 주주뿐 아니라 GM의 자회사인 GM오토모티브홀딩스도 청약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GM 본사는 자금 운용에 제약이 많지만, 유럽에 기반을 둔 GM오토모티브홀딩스는 자유롭게 투자를 할 수 있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처음부터 GM이 자회사를 통해 실권주 청약을 하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권주 청약에서 GM은 산은 등 다른 주주 몫까지 가져갈 수 있다. GM이 자회사를 통해 4911억원을 모두 증자하게 되면 GM대우에 대한 GM 지분과 우호지분은 80% 수준으로 높아진다. 하지만 이 경우 애초 계획의 두 배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져야 한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GM이 애초 계획대로 2500억원만 청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GM과의 치열한 협상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어느 경우든 GM대우의 자금 부족이 당장 해소되긴 어렵다. GM대우는 지난해 8757억원의 적자를 냈고, 산은에 1조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아직도 산은에 진 빚은 1조3000억원에 이르고, 매달 3억 달러씩 선물환 계약 대금(총 50억 달러)도 결제해야 한다. 산은은 GM이 GM대우의 장기적 생존 기반을 마련하지 않으면 일절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승녕·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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