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반납 김순덕씨 12일 뉴질랜드 이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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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50명이 넘는 어린 목숨이 또다시 희생되는 걸 보니 하루라도 빨리 이 땅을 떠나고 싶을 뿐입니다. "

4개월전 큰아들 도현(6)군을 씨랜드 청소년 수련의 집 화재 참사로 잃은 뒤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을 반납하며 '성난 모정' 을 드러냈던 전 필드하키 국가대표선수 김순덕(金順德.여.33.서울 송파구 문정동)씨 가족이 오는 12일 뉴질랜드로 떠난다.

그동안 곳곳에 배어있는 도현이의 흔적을 견디기 힘들었던 金씨 가족은 인천 화재 참사를 보고 둘째(4) 만큼은 어른들의 욕심으로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희생되는 땅에서 키울 수 없다는 생각에 이민계획을 앞당겼다고 한다.

주한 뉴질랜드대사관을 통해 영주권을 발급받으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金씨 가족은 우선 1년짜리 여행비자로 들어가 한국인 친구의 식품점에서 일하면서 현지에서 영주권을 신청할 작정이다.

金씨는 2일 오후 씨랜드 참사 유족 대표 10여명과 인천 상가 화재 분향소가 차려진 인천체육회관을 방문, 위로의 말을 건넸다.

金씨는 "내년 6월 위령탑 건립을 보고 떠나고 싶지만 씨랜드 참사 꼭 4개월만에 일어난 인천 상가 화재 참사를 보니 미련이 남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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