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펜싱선수권대회] 김영호, 세르게이에 복수극 다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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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세르게이 기다려라. 두 번 실패는 없다."

11월 1일부터 8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펼쳐지는 세계 펜싱선수권대회 남자 플뢰레에 참가하는 김영호(대전도시개발공사)의 각오가 남다르다.

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에서 자신과 금메달을 다툰 세계랭킹 1위 세르게이 고르비스키(우크라이나)와 다시 만났기 때문. 후려치기에 능하고 상대 공격을 맞받아치는 역습이 위력적인 세르게이는 세계선수권 3년 연속 우승을 노린다.

2년 전 대회 결승에서 만난 세르게이는 김영호를 일방적으로 농락했다. 스코어는 14 - 6.1점만 더 따면 우승하는 세르게이는 방심한 듯 자세가 흐트러졌고 김영호는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김의 공격이 거짓말처럼 연속 성공, 14 - 14 타이까지 갔다. 술렁이던 관중석은 "킴 킴" 연호로 떠나갈 듯했다.

호흡을 가다듬은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공격을 감행, 김의 칼끝이 정확하게 세르게이의 가슴을 찔렀다.

김은 펄쩍펄쩍 뛰며 환호했고 세르게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돌아섰다. 그런데 전광판에 득점을 알리는 불이 켜지지 않았다.

김의 칼끝이 휘어지며 도복 속에 입는 메탈 재킷(칼끝이 닿으면 전광판에 불이 켜지게 돼 있는 장비)에 닿지 않은 것이다.

기사회생한 세르게이는 낙담한 김을 공격, 한 점을 얻어 결국 15 - 14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업고 나서는 김영호는 이번만은 자신있다고 말한다. 최근 3개 대회에서 세르게이를 잇따라 꺾은 데다 컨디션도 최상이기 때문이다.

남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은 3일 오후에 열린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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