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행락객들 아무데나 주차 구급차 10여분 꼼짝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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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가을을 맞아 지리산은 본격적인 단풍철을 맞았다. 행락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산악사고도 더불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3일 지리산 임걸령 전방 3백m 지점에서 오른쪽 발목을 삔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나를 포함한 119 산악구조대원들은 부목.들것 등'구조장비와 구급약품'을 준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가보니 환자 상태가 양호한 편이어서 부목과 압박붕대로 응급처치를 하고 구조대원이 환자를 교대로 업고 이동했다. 산악용 들것으로는 협소한 등산로를 따라 걷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노고단에서 환자를 산악구조차량에 탑승시켜 병원으로 이송하려했는데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하니 그곳에 무질서하게 주차된 차들과 도로를 앞다투어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구조차가 꼼짝할 수 없었다는 데 있다.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렸는데도 무려 10여분을 지체할 수밖에 없었다.

생명이 위급한 환자였다면 어떠했을까. 우리의 질서의식 부재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풍 구경을 와 주차비를 덜 내려고 불법으로 도로에 주차하고 다른 차보다 먼저 나가려고 입구를 막는 행위들은 삼갔으면 한다.

유금주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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