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총력투쟁 선언] "언론장악 공작 與 물타기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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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일요일인 31일에도 여의도 당사에 나왔다. '언론장악 문건' 파문이 급박하게 진전되면서 "어설프게 대응했다간 여당의 공세에 휘말린다" 는 판단 때문이다.

李총재는 즉시 당3역 등 주요 당직자를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李총재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언론장악공작이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 면서 "이 정권의 언론말살 음모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 이라고 총력전을 선언했다.

문서 작성자가 누구이며 전달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지엽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순봉(河舜鳳)총장도 "여권이 이 정권의 언론탄압 음모를 가리기 위해 초점 흐리기 시나리오를 가동하고 있는 것" 이라고 단정했다.

이에 따라 월요일인 1일 아침에는 수도권 각 전철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특별당보를 배포키로 했다.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국정조사를 시작키로 한 만큼 장외투쟁은 그 이후로 미뤘다. 일단 언론탄압 실상을 파헤치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河총장은 "장외투쟁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고 여지를 두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국정조사에서 추궁할 증거확보에 주력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신범(李信範)의원은 "이종찬(李鍾贊)전 국가정보원장은 여러 곳에서 언론장악 기도 보고서를 받아 종합했을 가능성이 있다" 면서 이 부분을 뒤지겠다고 밝혔다.

"문일현(文日鉉)기자의 보고서라는 것도 이런 여러 채널 가운데 한 곳에서 나온 것이고, 李전원장과의 협의를 거쳐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 는 점을 제기한 것이다.

정형근(鄭亨根)의원도 여권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국정조사과정에서 문건 추가공개 등을 통해 반격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또 국제언론기구에 E메일을 보냈다. 우선 이날 河총장 명의로 국제언론인협회(IPI).세계신문협회(WAN).국제기자연맹(IFJ)등에 '언론장악계획 문서' 파문의 전말을 알렸다.

'치밀한 계획에 의해(한국 언론이)이미 정부의 통제하에 들어간 것' 이라고 보고 있는 한나라당은 현 정권에 국제여론을 통한 압박도 가하겠다는 생각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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