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리즈 우승이끈 야구감독 왕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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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내 생애에 이렇게 기쁜 적은 없었습니다. 특히 계약만료 해에 숙원을 이뤄 더욱 그렇습니다."

28일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주니치를 4승1패로 따돌리고 창단 이래 처음으로 다이에 호크스 야구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오 사다하루(王貞治.59)감독의 우승소감이다.

통산 홈런 8백68개에 수위타자 5회 등 일본 프로야구사에 불멸의 기록을 남긴 王감독. 그러나 감독으로서 지난 10년은 순탄치 않은 길이었다.

요미우리 감독을 5년간 맡았을 때는 리그 우승을 이루는 데 그쳤고, 89년 사실상 해임당했다.

5년 전 다이에 팬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사령탑을 맡았지만 성적은 늘 바닥권이었다.

신격화된 감독과 선수 사이의 벽은 높아만 보였다.

심지어 관중석에서는 '王감독 부탁한다. 제발 그만둬라' 는 플래카드마저 등장하기도 했다.

자존심이 뭉개지는 일이었으나 王감독은 올해를 절치부심의 기회로 삼고 새로 태어나려고 최선을 다했다.

'살아 있는 전설' 에서 '인간 오 사다하루' 로 돌아왔고, 그 결과 팀은 단단한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감독 생활 10년만에 처음으로 팀을 왕중왕으로 끌어올린 그의 정상 제패는 그래서 더욱 극적이었다.

대만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그는 고교 시절 투수를 맡아 전국고교야구선수권(고시엔 대회)을 제패하기도 했다.

요미우리 입단후 타자로 돌아서 최다 홈런을 비롯, 일본 프로야구사를 새로 썼을 정도로 대활약했다.

특히 나가시마 시게오(長嶋茂雄)현 요미우리 감독과 함께 65~73년까지 요미우리의 일본시리즈 9연패 주역을 맡기도 했다.

동료이자 경쟁자였던 나가시마와 관련, 그의 일본시리즈 제패는 대기록을 남기고도 늘 나가시마의 그늘에 가려져 왔던 측면을 벗어났다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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