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국민회의] '의혹빌미줬다' 이종찬에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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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9일 아침 국민회의 고위 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김옥두 총재비서실장은 문건 파장과 관련, "이종찬(JC)부총재는 투명하니까 괜찮다" 고 말했다. 임채정(林采正)정책위의장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이영일 대변인은 당 기자실에서 "JC는 피해자" 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반응과는 다른 기류가 여권 내부에 흐르고 있다. 수뇌부인 JC가 문건의 '수신인' 이란 점만으로도 국민이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데, 정작 사건에 임하는 JC의 태도마저 부적절해 여권에 큰 피해를 주었다는 지적들이다.

우선 문건 제보자인 이도준 평화방송 차장이 28일 상당시간 동안 JC캠프에 머무른 점이다. 李씨는 29일 0시10분쯤 전화로 이뤄진 심야 기자회견 때도 JC의 보좌관과 같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국민회의 핵심 당직자는 "우리가 李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입을 맞췄다는 의혹의 빌미를 준 것" 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JC캠프의 허술한 보안을 탓하는 이도 있다. 더구나 문건을 복사한 뒤 원본은 도로 갖다놓았다는 李씨의 주장이 나오자 "원본이 탈취당했다" 는 JC의 주장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이도 있다.

다른 핵심 당직자는 "JC가 '원본이 없다' 고 했기 때문에 야당이 '대통령에게 문건을 보고했기 때문에 없는 것' 이라고 공격할 것" 이라고 걱정했다. 여권 내부에선 이런 불만들과 함께 JC의 책임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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