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박명성 '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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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의 넋이 제가끔

춤을 추는 물살이 되어

하늘에는 속속들이

끼여 어린 강산이다

이승의 애태움과

분노의 울혈마저

찬란히 쓸리워

이끼 돋친 벽

세월은 제풀로 화살을 접고

모래알도 지레 불타고마는

저 눈청 뒤에 짐승들 속에

들먹이는 형틀이여!

아무래도 흥건한

이 향연들은

북이 참는 침묵이다

숨차 오른 바람이다

- 박명성(朴明星.67) '바다'

이제 시를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시를 넘어선 것인가. 그다지도 시와 시인에 못견뎌하던 저 50년대 후반 시단에 나와 장미도 노래하고 해도 노래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여기 바다도 사연 많은 듯 가슴 속의 원색들을 감당하면서 노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리대를 나왔는데 기질은 들꽃이기도 했다. 북이 참는다니, 바람이 숨차 오른다니, 시인의 말이 사뭇 긴박하구나.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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