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덩어리' 보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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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민층 보건을 책임지는 보건소가 '부실덩어리' 다. 의사가 없어 비싼 의료장비를 구입해 놓고 놀리거나 약사를 구하지 못해 간호사 등이 약을 조제해 의료사고마저 우려되고 있다.

◇ 놀리는 의료장비〓울산지역 보건소 5곳 중 중.동.북구보건소 등 3곳에 치과의사가 없어 비싼 치과 진료장비를 몇년째 놀리고 있다. 공중보건의 치과의사들이 배치될 때 들여놓았으나 4~5년 전부터 치과의사 배치가 끊긴 이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중구보건소 관계자는 "장비마저 고장나 보건소를 견학하는 유치원생 교육용이 된 셈" 이라고 털어놓았다. 충남도 내 보건지소 1백57곳 가운데 공주지역 이인.의당.사곡.신풍 등 4개 면 보건지소에는 아예 의사가 없어 간호사들이 진료를 맡고 있다.

◇ 간호사가 약 조제〓울산지역 보건소 5곳과 보건지소 12곳에는 약사가 한 명도 없다. 보건법에는 약사를 반드시 두도록 돼 있으나 급여가 적은 데다 근무조건도 열악해 약사들이 보건소 근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보건소 약사의 월급(6급 1호봉 기준)은 본봉 53만6천원에 수당을 합쳐도 70만~80만원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울산지역 보건소들은 약 조제를 할 수 없는 간호사.약무사들이 한달 평균 8천여건 이상 약을 짓고 있다.

강원도 내 18개 보건소 중 약사가 배치된 곳은 춘천.원주.강릉 등 6곳. 나머지 보건소에서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간호사가 약을 지어준다. 충남도는 천안시 보건소를 제외하고 나머지 12곳에 약사가 없다.

보건소측은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간호사가 약을 지어주고 있다" 고 말하지만 실제는 처방전 없이 간호사 등이 약을 조제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 손 놓은 농촌질병 대처〓보건지소에 배치된 공중보건의들은 1~2년 안에 자리를 옮긴다. 이 때문에 '비닐하우스병' .간질환 등 만성적 농촌질환에 대한 자료수집이나 대처방안 연구 등은 기대할 수도 없다.

울산시 관계자는 "보건소 인력.예산 부족으로 농민 등에 대한 건강교육과 만성질환 관리를 제대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말했다.

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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