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요리강좌 연 힐튼호텔 양해욱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27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청음회관 요리강좌 시간. 서울 힐튼호텔의 프랑스식당 '시즌즈' 요리사 양해욱(梁海郁.29)씨가 코르동 블루(돼지고기에 햄.치즈 등을 넣고 말아 튀긴 프랑스 요리)조리법을 손으로 설명하고 있다. 30여명의 수강생 모두가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梁씨는 지난해 5월부터 매달 한번씩 청각장애인을 위한 무료 요리강좌를 열고 있다. "대학(진주보건대)때 우연히 수화(手話)봉사동아리에 가입했었죠. 힐튼호텔에 입사한 다음해인 97년 수화를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 수화 기초반에 등록한 것이 '수화요리강좌' 를 하게 된 계기가 됐지요. "

98년 수화를 가르쳐주던 강사로부터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강좌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서툰 수화실력이지만 수화를 할 줄 아는 요리사가 거의 없어 청각장애인들이 서양요리의 조리법을 배우기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강좌를 시작한지 1년 6개월이 지난 요즘에는 강좌에 필요한 요리 재료도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마련해 갈 정도로 '재미' 를 붙였다.

"수화가 서툴지만 강연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는 진지한 눈빛을 볼 때마다 '나도 이들에게 보탬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뿌듯합니다. "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