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노벨평화상 수상자들 비난전 나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요하네스버그 AP〓연합]남아프리카공화국의 두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평화를 버리고 헐뜯기에 나섰다.

주인공은 데스몬드 투투 주교와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주의)를 시행해 온 백인 소수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인 F W 데 클레르크. 지난 8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투투 주교가 최근 '용서없이 미래없다' 는 저서에서 데 클레르크를 "도량과 정신의 고결함을 결여한 소인" 이라고 비난했다. 데 클레르크도 27일 "투투는 자신의 편협한 시각에 빠져 진실에 눈먼 자" 라고 강력히 맞받아쳤다.

양측의 악감정은 백인 소수정권의 권력남용과 인종차별에 따른 인권침해 사례를 밝히기 위한 이른바 '진실.화해위원회' 가 발족되면서 비롯됐다. 이 위원회를 이끌던 투투는 증인들의 신문을 통해 데 클레르크가 고위관리들이 반 아파르트헤이트 운동가를 죽이거나 고문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치했다는 심증을 굳혔다.

투투의 불신감은 데 클레르크가 법정에서 인권침해 행위들에 대한 백인정부의 개입을 상세히 밝히기를 거부하자 한층 깊어졌다. 한마디로 모든 책임을 하위관료들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사람이란 것이다.

투투는 지난 93년 데 클레르크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될 때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다. 그러나 투투는 자신의 저서에서 데 클레르크가 백인 소수통치를 종식시키고 27년간 수감된 넬슨 만델라를 석방한 점은 평가했지만, 자신이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지한데 대해서는 지금 후회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한바탕 말싸움이 오간 뒤 데 클레르크는 "같은 기독교인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끼리 화해를 할 수 없다면 남아공에 무슨 희망이 있겠느냐" 고 말했다. 그는 또 투투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투투쪽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