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의 심리학에 대입시켜본 동양적 요소-이부영교수著 '그림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모든 재앙의 근원이 인간에게 있다고 한 칼 구스타프 융 (1875~1961)은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부정적인 면 뿐 아니라 이른바 '구원' 도 발견한 분석심리학자. 프로이트가 꿈의 분석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에서 억압된 욕구를 보았다면 융은 무의식에서 미래지향성을 읽어냈다.

30여년전 이미 스위스 융 연구소에서 융 학파 분석가 자격을 취득해 국내에서 이 분야의 대가로 인정받는 이부영(전 서울대 의대 정신과)교수가 펴낸 '그림자' (한길사.1만원)는 융의 심리학을 통해 우리의 마음과 사회현실, 전통사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를 탐구한 책이다.

이 책은 이 교수가 앞으로 일년에 한 권씩 펴낼 '분석심리학의 탐구' 중 첫 권. 2부로 '아니마와 아니무스', 3부 '자기와 자기실현' 이 준비돼 있다.

우선 이 책에서는 융의 '그림자' 개념을 다룬다. 여기서 그림자란 의식에 가장 가까이 있는, 무의식의 의식화과정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심리적 내용들이다. 사람들은 이 그림자를 모르고 지내다 어떤 계기로 새롭게 깨달아가면서 성숙해 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융의 연구에 이교수는 동양적 요소를 접목시킨다. 인간의 내면에 부정적 측면 만이 아니라 구원도 있다는 융의 견해가 이미 동양에도 존재했었다고 주장하는 이교수의 독특한 면모다.

예를 들면 물속에서 본 그림자의 상징을 찾기도 하고 흥부와 놀부, 콩쥐와 팥쥐 같은 옛 이야기에서 그림자의 실체를 더듬어 보는 시각들이다.

융의 심리학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에 우리 것을 덧붙인 이 교수의 연구성과가 색다른 관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