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양 미의식 차이 고찰-中장파 著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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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과 서양의 미의식 차이를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고찰한 중국 런민(人民)대 장파(張法.45.철학)교수의 94년작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유중하 외 옮김. 푸른숲. 2만3천원)이 나왔다.

저자는 미학과 문화정신이라는 틀로 두 문화의 미적 관념과 실천의 차이를 분석적으로 접근해가고 있다.

장파의 견해로 서구문화는 처음부터 민주적 성향이 강한데다가 끊임없는 변화를 거치면서 인류문명의 발전동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문화정신을 철학적으로 보면 개체에 대한 집착과 대립, 투쟁의 변증법적 발전론이다.

반면 중국문화를 놓고서 그는 도전과 응전으로도 해석 가능한 음양론에 의거, 수천년 동안 통일성을 유지한 게 특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문화는 진화가 아닌 순환, 대립, 투쟁이 아닌 조화를 근간으로 삼게 됐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저자가 세계문화를 '중서(中西)간 이항구도' 로 파악하는 도식화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중국에 팽배해 있는 '중국〓동양' 이라는 문화민족주의 또는 문화보수주의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보이지 않는 함정을 피할 수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미(美)의 두 거울을 한번에 만나는 즐거움은 상당하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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