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보약값 인하 또 연기…의료계·시민단체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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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약분업 시행방안을 둘러싼 의료계와 시민단체간의 의견대립으로 당초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의료보험 약값 인하가 또다시 상당기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연기는 시행시기를 올 1월에서 10월로, 다시 11월로 연기한데 이은 것으로 1년간 연기될 경우 의보재정에 1조원 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보약값 인하 및 의보수가 인상 시기를 의료계와 시민단체간의 협의결과를 지켜본 뒤 복지부와 재정경제부가 추후 협의해 결정키로 최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재경부.복지부장관 등 13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당초 복지부 방침대로 의보약값은 평균 30.7% 낮추고, 의보수가를 평균 9%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환자와 의료기관.제약회사의 이해가 걸려 있는 조정시기에 대해서는 당초 11월에서 '의약분업에 대한 의료계와 시민단체간의 협의결과가 나온 뒤' 로 미뤘다.

이같이 실시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것은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9일 주요 일간지에 의약분업실행위원회가 합의한 의약분업 시행방안을 토대로 한 약사법 개정안 입법예고 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는 성명광고를 내고, 경실련.참여연대 등 5개 시민단체가 "의보수가 인상 합의를 철회할 수 있다" 고 반격하는 등 마찰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특히 경제정책조정회의 회의결과에 대해 즉시 "의보수가 인상 논의와는 상관없이 의보약값 인하는 당초 예정대로 11월 1일부터 시행하라" 며 재경부.복지부 등에 공개의견서를 보냈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는 의보수가 조정작업에 법적으로 아무 대표성이 없는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지 말고 확고한 정책의지를 보여줄 것" 을 촉구하는 등 양쪽 사이에 의견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의보수가 인상과 의보약값 인하를 동시에 연계 시행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나 수입약에 대한 의보약값 인하를 이미 시행한 마당에 국내 의보약값 인하를 무작정 늦출 경우 통상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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