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김정일, MB 초청 오해” 휴일 백악관 해명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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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18일 오후(현지시간)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워싱턴 특파원단을 찾았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다는 국방부 당국자의 발언에 대해 “오해(misunderstanding)가 있었다”고 말했다. 평양 초청을 둘러싼 논란을 진화하려는 의지가 역력했다. <본지 10월 19일자 1, 5면>

그는 “우리는 최근 북한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말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 맥락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방한한 북한 조문단이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방문을 얘기하기도 했다는 것을 밝혔을 뿐 그 외에 다른 구체적인(specific) 방북 초청이 있었다는 얘기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백악관의 이 설명이 최종적인 것이며, 국방부의 별도 브리핑은 없을 것”이라며 미 정부 내에서 사전 조율된 발언임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말했던 것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백악관이 수정해 준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로써 5일 동안 한·미 간에 벌어졌던 ‘이 대통령 평양 초청’ 소동은 표면상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동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한·일 순방을 앞두고 마련된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와 동행 기자단 일부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시작됐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간담회 말미에 “김정일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게이츠 장관의 순방 일정에 맞춰 18일 저녁까지 엠바고(보도유예 요청)를 요청했다. 주미대사관을 통해 내용을 전달받은 청와대는 발언의 민감성을 의식해 16일 출입기자들에게 배경 설명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이 이런 브리핑을 했는데, 북한이 원론적인 관계 개선의지를 밝힌 것일 뿐 실제로 초청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가 정보 공유 차원에서 미국에 전달한 내용이 미국 내부의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그러나 엠바고 해제 때까지 해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17일 예정된 미 국방부 간담회는 취소됐다. 18일부터 한국 언론에 관련 내용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국방부가 아닌 백악관이 나서 상황을 정리했다.

이번 소동의 본질은 미 국방부 당국자의 발언이 오해에 따른 확대 해석이냐, 아니면 밝히지 말아야 할 비밀을 공개해버린 중대 실수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현재로선 한국 정부의 일관된 주장과 백악관까지 해명에 나선 점으로 볼 때 전자의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이같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한국이나 미국 정부가 쉽게 밝히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북한 조문 사절단의 8월 방한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이달 초 방북 과정에서 이뤄졌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가 구체적으로 공개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정상회담 논란은 계속될 여지가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미 간 정보 공유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대북 협상의 중대 시점에서 한·미 간에 불협화음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정보 공유와 공개 과정에서 보다 정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방부 “양국 전작권 전환 입장 변화 없다”=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와 관련, “한·미 양국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최초 이행 계획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전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원 대변인은 “한·미는 북한의 위협을 주시하면서 전략적 전환 계획을 정상 추진해왔다”면서 “그동안 양국 공동으로 전환 상황을 평가하고 이를 전환 과정에 반영할 것임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상황이 어떨지에 기초해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미 국방부 당국자의 언급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서울=김정욱 특파원·남궁욱 기자

8월 22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조문 온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 “김정일 국방위원장, 남북 간 현안 해결을 위해 정상회담 희망한다.”

10월 1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 평양에 초청했다.”

10월 18일

청와대 핵심관계자 “미국 내부 소통과정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10월 18일(현지시간)미 백악관 고위 당국자, 한국 워싱턴 특파원단에 “김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다는 미 국방부 당국자 발언에 오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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