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천북면 양지아파트 입주자 이사 못해 발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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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건설업체가 돈이 없다며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이사를 못하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

경주시 천북면 모아리 양지아파트 24평형에 사는 김진(金珍.30.대학강사)씨는 지난 2월로 2년 전세계약기간이 끝났지만 보증금 2천만원을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를 지은 부산의 양지종합건설(대표 황봉욱)이 "사정이 어렵다" 는 이유로 보증금을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 24.30.34평형 2백9가구인 이 아파트는 지난 97년 1월 완공되고도 채무.부지문제 등으로 준공검사를 못 받고 있다.

보증금이 전재산인 金씨는 지난 2월 고향인 전북 익산으로 이사, 모대학서 강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사를 못해 경주 모대학에서 연말 시한으로 임시 시간강사를 맡고 있다.

金씨처럼 계약기간이 지나고도 전.월세 보증금 3백만~2천5백만원씩을 돌려받지 못한 이 아파트 주민은 1백여가구에 이른다.

주민들은 피해가 늘자 지난 9월 대책위원회(위원장 이완이)를 구성, 경주시 등 각계에 대책을 호소하고 나섰다.

양지아파트 분양이 뜻대로 안 되자 97년 2월부터 임대로 전환해 입주자를 모집했다. 99년 3월 경주시로부터 분양아파트 임대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엄연한 탈법이었다.

경주시의 관리소홀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보증금을 받기 어렵게 되자 상당수 주민들은 월임대료.관리비 등을 내지 않고 있다. 못 받을 보증금이라면 아예 보증금에서 임대료나 관리비를 제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주민들은 "회사측이 들어 올 사람도 없는데 다음 전.월세자를 구해 나가라고 하는 등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 며 회사측을 공격했다.

이에 대해 양지건설 전준완(田俊梡.52)관리부장은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회사사정이 어려워 한꺼번에 내 줄만한 돈이 없다" 고 밝혀 입주민 피해가 당장 수습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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