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갑숙씨 性고백서 논란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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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달은 보지 않고 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느냐. 나는 억압된 성을 밝은 장소로 끄집어내고 싶었다. "

자신의 성체험을 무모할 정도로 솔직하게 털어놓은 책 '나는 때론 포로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 로 외설 시비에 휘말린 탤런트 서갑숙(徐甲淑.38.사진)씨가 25일 기자회견을 자청, 심경을 밝혔다.

徐씨는 '몸을 상품화했다' 는 비판을 받는 한편으로 '세상이 바뀌려면 용감한 사람이 많아야 한다' 는 등의 옹호도 받고 있다.

현재 검찰은 徐씨 에세이집의 음란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내사에 들어갔고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같은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 과민 반응이란 지적과 함께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학평론가 정과리(충남대)교수는 "徐씨의 경우만이 아니라 앞으로 문화계에는 더 자극적인 책들이 나올 텐테 이를 검찰의 단속이나 검열로 해결하려는 것은 곤란하며 사회 내에서 성의 표현에 대한 토론이 활성화돼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는.

"책 출간을 두고 처음 의도한 바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이를 바로 알리고 싶었다. "

- 그렇다면 책을 낸 취지는 무엇인가.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사랑은 삶의 처음이자 끝인 만큼 풍부한 사랑을 나누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제목에 사용한 '포르노그라피' 란 용어에도 긍정적.부정적 의미가 있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더 아름다운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억압된 성을 밝은 장소로 끄집어내고 싶은 게 내 의도다. "

- 상업적인 의도로 책을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 10여년간 탤런트 생활을 했고 앞으로도 활동을 해야할 내가 돈을 벌겠다고 했다면 이런 방법을 택하겠는가. 공인으로 책임감을 갖고 책을 냈다. "

-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음란성 여부 검토지, 수사는 아니라고 들었다. 수사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뭐라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내 책에는 법에 저촉될 만한 내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

- 책 때문에 KBS드라마 '학교Ⅱ' 에 출연정지 통보를 받았는데.

"내 책이 시청자들에게 유해하다고 판단한 근거와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또 내게 한마디 설명도 없이 출연을 중단시키는 것은 폭력이다. 법적 대응 여부는 변호사와 상의해 검토하겠다. "

- 현재의 심경은.

"지금 전 남편이 키우고 있는 두 딸(12세.9세)에 대해 생각하면 안타깝다. 직접 얘기해 줄 수 있다면 엄마가 하는 일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당당한 일이라는 걸 설명해주고 싶다. "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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