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페리보고서는 한국입장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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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의 대북정책 검토보고서가 최근 공개됐다. 현실적이고 균형잡힌 보고서라는 것이 대부분의 평가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만 다루고 남북관계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공조해온 정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제제기와 관련해 몇가지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우선 페리 보고서는 한국의 포용정책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페리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건의서다.

그러나 페리 조정관이 대북정책 검토를 시작할 시점에 우리 정부는 한.미 양국, 그리고 일본까지 포함한 3국간의 상호보완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그 정책의 핵심은 핵.미사일 위협 통제 및 제거라는 당면한 과제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수립 및 냉전종식이라는 근본적 과제를 모두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북 포용정책 추진을 위한 포괄적 접근방안을 작성, 이를 올해 ?미국측에 제시했고 한.미.일은 이를 바탕으로 긴밀한 조율을 해왔다. 아울러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우리의 포괄적 접근구상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구했다.

페리 조정관이 지난 9월 방한(訪韓)때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정책 건의안이 "김대중 대통령이 제시한 포괄적 대북 접근방안으로부터 직접 도출된 것" 이라고 밝힌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페리 보고서는 이산가족 상봉과 공동위원회 재가동 등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을 미국이 강력히 지지하고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 미.북 관계의 진전과 함께 한국의 관심사들도 진지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페리 조정관은 이와 관련, 남북관계 진전이 미.북 관계개선의 '절대적 요건' 이라고 수차 강조한 바 있다.

두번째 한반도 냉전종식은 한.미.일의 공동 이와 관련, 이 보고서는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위협 제거조치들과 함께 미.일의 대북 관계개선, 남북관계 진전 등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수립과 냉전 종식을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조치들을 동시에 설정하고 있다.

또 이러한 조치들이 초기부터 상호 교호(交互)작용을 통해 단계적으로 진전되도록 하는 틀을 마련했다. 물론 한국과 일본이 취할 조치들은 양국의 정책구도 속에서 각각 이뤄질 것이다.

페리 보고서의 정책건의는 첫째, 핵과 미사일 위협 해소라는 당면한 과제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수립 및 냉전종식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조화시키고 있다.

둘째, 북한이 호응해올 경우의 긍정적 조치와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병렬시키고 있다.

셋째 한.미.일의 목표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같은 점에서 페리 보고서는 각국이 정권의 차원을 넘어 지속적이고 초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구도라고 평가된다.

따라서 한.미간 빈틈 없는 공조를 통해 만들어진 페리 보고서는 한반도 평화공존을 이루기 위한 종합 청사진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페리 보고서 작성과정이 충분히 공개되지 못한데 따른 일부 우려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보고서가 남북관계의 향후 발전을 포함한 우리 정부의 관점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음을 이 기회에 강조하고 싶다.

송민순(宋旻淳)외교통상부 북미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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